하라 치케이|“MAM 프로젝트033: 크리스틴 선 김”
요약
모리 미술관의 소규모 프로그램인 “MAM 프로젝트 033”에서는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청각이 없는 김은 소리나 목소리 자체를 주제로 삼아, 언어 중심의 소통 체계의 불완전성과 다층적인 번역에 주목하며 드로잉, 영상, 설치 작품을 통해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전시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ASL(미국 수화)의 움직임을 시각적인 악보표로 치환한 인포그래픽적 드로잉 《소리의 파문이 퍼지는 곳》이 있습니다. 한편, 《커뮤니티의 한숨》은 김이 66명의 농인 친구들로부터 수집한 한숨 소리를 5장의 레코드에 담아 중층적으로 연주하는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레코드판 위의 도자기 추는 사회적 압력이나 차별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김은 소통의 비대칭성과 전달의 어긋남을 통해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시화하려 시도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소통 방식을 흔들고, 기존 사회 제도 바깥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수용하는 장을 만들며 새로운 지각의 문을 열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출처:artscape)